'탄핵심판 궤도' 진입…윤석열 '지연 전략'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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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윤 대통령에 심판서류 송달...27일 변론준비"
尹, '대리인 선임' 앞세워 최대한 시간 확보할 듯
법조계 "방어권 보장 불가피 '박근혜' 보다 더 걸릴 것"
"불출석 계속하면 궐석 재판…빨리 끝난다" 전망도

[아이뉴스24 정진성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측의 탄핵심판 서류와 관련해 '발송 송달' 결정을 내리면서, 탄핵심판 절차가 궤도에 오르게 됐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강제성이 없어 절차가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과 필요 절차였을 뿐이기에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이 날 것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가 보낸 탄핵심판 서류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헌법재판소가 당사자가 수령하지 않아도 송달 효력이 발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모습. 2024.12.23 [사진=연합뉴스]

헌재 “탄핵심판 서류, 12월 20일 尹에게 도달”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23일 브리핑에서 "헌재는 대통령에 대한 서류를 형사소송법 제65조, 민사소송법 제187조에 따라 2024년 12월 19일 발송 송달을 실시했다"며 "발송송달은 대법원 98모53 판례에 따라 소송 서류가 도달된 때에 발생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헌재가 대통령실과 관저로 발송한 서류는 수취인 부재, 경호처의 수취 거부 등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우체국 측이 세 차례 방문했으나 윤 대통령 측은 수령하지 않았고 이는 헌재로 반송되기까지 했다.

헌재 측은 이번 발송 송달을 통해 서류가 20일 목적지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간 있어 왔던 심판 서류 ‘송달’에 대한 법리적 논란을 해소한 것이다. 헌재 측은 오는 24일까지 계엄 관련 국무회의록, 증거 목록, 입증 계획 등을 제출하라고 명령했고, 27일 계획된 윤 대통령의 변론준비기일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날 헌재의 '발송 송달' 결정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가속도가 붙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다. 형사소송처럼 당사자를 직접 법정으로 부를 강제적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에게는 ‘방어권 보장 요구’라는 카드가 있기 때문에 심판이 상당히 지연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재판관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선거관리위원회 '채용비리 감사'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 입장해 착석해 있다. 재판관 9명 중 3명의 자리가 공석으로 비어있다. 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헌법재판관. 2024.12.10 [사진=연합뉴스]

"송달 간주 2~3일만에 변론준비...방어권 보장 안돼"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송달 간주를 하더라도 최소 열흘에서 2주의 시간은 줘야한다"며 "방어권 보장이 돼야하는 것인데, 이를 (변론준비기일인 27일까지) 2~3일 만에 하라고 하는 것은 방어권 보장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핵 심판은 형벌이 아니라 특별징계절차이기에 본인의 방어권 보장의 성격이 더 크다"며 "대상자(대리인 포함)가 출석하지 않더라도 강제로 소환하는 절차는 없다"고 말했다.

첫 변론준비기일에는 최소한 대리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절차는 진행되지 못한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후 불출석 시에는 방어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절차가 속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일 진행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에 대한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은 청구인(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불출석으로 3분 만에 종료됐다. 재판부는 "청구인이 출석하지 않고 대리인도 선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보다 더 오래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수사와 탄핵심판을 받게 된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단 구성에 참여한 석동현 변호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2024.12.19 [사진=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 심판 서류 바로 제출하고도 91일"

차 교수는 "박 대통령 때는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 없는 절차가 중심이 돼 그에 대한 소명과 증인들이 등장하고 심문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91일이 걸렸다"며 "심지어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 관련 서류를 바로 송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서류 송달에서부터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봐서 윤 대통령이 재판 절차를 지연할 의도도 있어 보인다"며 "사안 자체가 박 대통령 때보다 훨씬 관련자도 많고 법적 쟁점과 사실 관계를 치열하게 다투고 있기에 (박 대통령 때보다) 짧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고 관측했다.

반면 서류 송달은 절차 개시를 위한 필요 절차이기 때문에 시일을 지연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HB 법률사무소 대표)는 "서류 송달과 그에 따른 송달 간주는 헌재에서 탄핵심판 절차를 개시하기 위한 필요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출석을 하든, 대리인을 선임하든 말든 헌재는 절차대로 준비기일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첫 주말을 맞은 21일 오후 대전시민들이 영하권의 추운 날씨에도 대전 서구 은하수 네거리에 모여 윤 대통령의 조속한 체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21 [사진=연합뉴스]

"추후 기일 불출석시 궐석 재판...지연전 쉽지 않아"

그러면서 "대응을 해야하는지 여부는 윤 대통령의 선택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측이 정당한 사유 없이 송달서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준비된 절차를 지연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차 교수의 의견과 같이 첫 변론준비기일에는 출석을 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어 새롭게 기일은 지정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다음 기일에도 불출석 시 궐석 재판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변호사는 이번 서류 송달을 계기로 탄핵심판 절차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오래 끌 수 있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며 "탄핵 사유 자체가 굉장히 간단하고 법리적인 판단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측이 많은 증인을 신청하고 각종 증거 조사를 요청하더라도 다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지금까지 나온 자료만으로도 차고 넘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선임 여부도 수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해 수사도 지연 없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노 변호사는 "변호사 선임이 없다는 이유로 무한정 수사를 안 받을 수는 없다"며 "수사는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사건을 검찰로부터 이첩 받은 공조수사본부(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국방부)는 이날 윤 대통령의 소환 시도가 사실상 무산돼 향후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체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성 기자(js421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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